부천문화재단 소식지에 소개되었어요

Jan 18

부천문화재단 소식지에 우리 담쟁이마을이 소개되었습니다.
아래는 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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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도 부천 스타일!
오정구의 명물 ‘담쟁이문화원’

빨강파랑노랑 벽면이 조화로운 지하소극장, 이름도 생경한 ‘안골털레기’ 1층 식당. 그와는 사뭇 다른 모던하고 아트적인 복도 갤러리. 그곳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주인장의 문학적 안목이 돋보이는 북카페가 있다. 그리고 ‘창씨개명에 대한 일제의 정책’이라는 주제의 강연 준비가 한창인 3층 문화원까지. 대체 이곳의 정체는 무엇인고?
글·사진 | 임혜은 (고객지원팀, eun@bc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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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재미있는 오정구의 명물
27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와 눈사태로 전국 곳곳이 얼어붙은 12월초,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을 하고 담쟁이문화원으로 향했다. 문화원. 너른 주차장에 태극기가 휘날리는 갈색 건물을 떠올렸지만, 이곳은 좀 달랐다. 새마을금고, 허름한 간판집, 영세공장 건물 사이로 소담하게 들어선 담쟁이문화원은 외관부터 남다르다. 외벽 가득 몸빼바지에 썬그라스를 낀 할머니들이 그려진 ‘약대 스타일’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기 때문. 지하부터 옥상까지 구석구석 재미있는 담쟁이 이야기. 약대초등학교와 약대오거리 사이, 오정구의 명물을 소개합니다!

‘강남 스타일’을 능가하는 ‘약대 스타일’
담쟁이문화원을 두 번째로 찾아간 날은 약대동 어르신들의 ‘약대 스타일’을 보기 위해서다. 일단은 대형 현수막의 패셔너블한 언니(?)들의 정체가 궁금했고, 까막눈으로 한글을 배우다 앵글 속 세상에 눈을 떠 연필 대신 카메라를 들고 동네 구석구석을 관찰했을 어르신들의 솜씨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부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2012년 5월부터 9월까지 약대동 새롬가정지원센터 ‘꿈터’ 공간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미디어교실을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지난 12월 7일부터 8일까지 ‘우린 약대스타일’이라는 사진전으로 담쟁이문화원 2층 북카페에서 행사를 열었다. 기왕 하는 전시, 그간 한글을 배우며 갈고닦은 글 솜씨까지 덤으로 선보이게 되니, 그새 동네잔치가 돼버렸다. 이틀간 대본을 쓰고 연습한 사회 실력도, 노란 나비넥타이를 메고 얼쑤~ 댄스 실력도 뽐내고, 멀리 전라도 고흥에서 공수해온 재료로 담근 유자차, 생강차를 판매해 노인권익을 위한 기금도 마련하고. 한 판 제대로 벌였다.

진솔한 사진전, 뭉클한 시화전
사진전은 어르신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카메라 단추를 신기하게 눌러보는 할머니, 종이박스를 주워 모아 생활하는 어르신의 일상, 옆집 대문을 수놓은 탐스러운 장미꽃, 시장 안 단골 옷가게 풍경 등 보고만 있어도 절로 웃음이 나는 우리 동네의 소소한 볼거리다.
어디 그뿐이랴. 새롬가정지원센터가 한글교실을 연 지 7년이 되다 보니, ㄱㄴㄷ부터 배운 할머니들이 어느덧 시인이 되었다. 지난 부천시평생학습축제에서는 김순연 할머니의 ‘어머니 제비꽃’이 영예의 시장상까지 탔을 정도다. 시 전문을 실을 수 없어 안타깝지만,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굽이굽이 그리움이 묻어나 다 읽기도 전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동네 주민들과 센터 늦깎이 학생들 사이로, 분주하게 오가는 낭랑한 목소리의 새롬가정지원센터 오세향 센터장을 만났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새롬가정지원센터
“2004년에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을 했어요. 그 일을 하다 보니, 글을 몰라서 사기를 당하거나 피해를 본 노인들이 꽤 많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2005년에 한글교실을 열게 됐어요. 처음엔 딸이, 며느리가, 이웃사람이 어르신들을 데려왔는데 나중엔 다들 알아서 오시더라고요. 처음 1년간은 어르신들과 밥만 먹었어요. 밥상공동체로 자연스럽게 정을 나눈 거죠. 그러고 나서 한글공부를 시작했어요. 이젠 체조교실, 노래교실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하고 있죠.”
아들과 함께 살지만 그 아들을 먹여 살리는 노모, 50억대 재산가 딸이 있지만 왕래가 끊긴 어르신 등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살펴보고, 함께 밥숟가락을 뜨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한 새롬가정지원센터. 앞으로는 글자를 깨우친 어르신이 교사로 자원활동도 하고, 몸이 불편해서 못 오는 노인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도와주는 성장한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고 오세향 센터장은 덧붙였다.
(※ 한글교실 수강문의 : 032-676-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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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구의 사랑방, 담쟁이문화원
요즘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은 넘쳐나지만, 새롬가정지원센터의 한글교실과 부천영상미디어센터의 미디어교실처럼 나이 든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흔치 않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어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놀이문화, 솔선수범하여 운영해가는 지역공동체, 모두에게 열려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더욱 필요한 법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행사를 연 담쟁이문화원은 조만간 오정구의 사랑방이 될 것 같다. 2층 카페에 앉아 있는데 뭐하는 곳인지 궁금해서 들어와 봤다는 동네 아주머니, 차 한 잔 하러 왔다가 정식으로 카페 문을 열지 않아 사진전만 보고 간 동네 언니 등 들어오는 사람마다 한결 같이 묻는 말은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어요?”였다. 그 ‘이런 곳’을 자신의 사재를 털어 마련한 통 큰 아저씨가 바로 한효석 원장이다.

그동안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그는 십 년간 운영해온 보리밥집을 정리하고 담쟁이문화원을 차렸다. 아직도 군데군데 페인트칠을 해야 하고, 엘리베이터 단장도 채 마치지 못한 건물을 알뜰살뜰 돌보는 손길이 꼭 첫 손주 대하는 할아버지 같다. 그는 문화원 입구 유리문에 새겨진 ‘담쟁이’라는 시를 가리키며 “좋지 않아요? 안치환 씨 노래로 들으면 더 좋아요”라며 씩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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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허무의 벽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한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내리지 않으려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 더 높이 하늘로 오르네
마침내 벽 하나를
몸속에 집어넣고
온몸으로 벽을 갉아먹고 있네
아, 지독한 사랑이네
- 이경임 시인의 ‘담쟁이’ 전문

한효석 원장은 오늘도 눈길을 쓸고, 전선을 정리하고, 현수막을 내건다. 누군가는 이 건물에 PC방, 당구장, 호프집을 세내어 또
박또박 월세나 받으며 살지 괜한 짓을 한다고 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지방에 펜션이나 지어 편하게 살지 피곤한 일을 벌였
다고도 했을 것이다. 공동체, 협동조합, 시민운동…. 이기적인 세상에서 때론 무모한 도전이고, 때론 허무한 행동으로 비칠
지라도 그는 말없이 오른다. 한 잎 두 잎 여린 잎사귀가 어느새 담벼락을 뒤덮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정과 나눔이 이곳 담
쟁이문화원을 푸르고 푸르게 엮어나갈 것이다.

담쟁이문화원에서는 언제든지 제안을 기다립니다.
문화원 활용 및 참여 방안, 바라는 강좌를 제안해도 좋고, 직접 가르쳐도 좋고, 지역사회 문제를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담쟁이문화원은 시민문화공간이자 부천지역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을 지원합니다. 또한, 모든 시설은 공
짜로 빌려드립니다(때로는 관리비를 조금 받을 수도 있음). 궁금한 사항은 연락주세요 .
※ 문의 : 032-674-7474/ www.damjangi.kr/ pipls3@hanmail.net

[인터뷰] 담쟁이문화원 한효석 원장

담쟁이문화원 설립동기
10~20년 전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부터 구상해온 거다. 유럽처럼 시민단체가 다 같이 쓰는 공간이 있으면 참 든든하고 시너지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때마침 음식장사를 정리해야 할 때가 왔고, 지금 그 꿈을 이뤘다.

부천과의 인연
1992년에 부천고등학교로 발령이 나면서 부천에 정착하게 됐다. 당시 교사로 근무하며 부천경실련 창립발기인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부천교육연대 등의 시민단체 활동도 했다.

부천만의 특징
부천은 다른 지역에 비해 시민단체 간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다. 전국 최초 담배자판기 철거, 교복 공동구매 등 시민단체들이 앞장서 추진한 성과도 많고 위상도 높은 편이다. 그중 ‘8·15통일문화제’는 보수와 진보 단체가 함께 어울리는 지역의 자랑스런 시민축제다. 여하튼 부천은 나랑 딱 맞는 도시다. 아니, 부천 사람이 나랑 딱 맞는 셈이다.

왜 하필 담쟁이인가?
다람쥐, 벼룩, 메뚜기, 개나리, 호랑이, 까치, 까마귀…. 귀에 쏙 들어오고 기억하기도 좋고 부르기도 좋은 이름을 찾다가 담쟁이로 지었다.

문화원 운영방식
조만간 운영위원을 위촉할 예정이다. 일단은 내가 직접 운영하고, 1~2년 후 에는 소극장, 카페, 문화원 등 모든 공간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고자 한다.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조합원들 모두가 사장인 곳. 서로 모여 의논하고 결정해서 이벤트도 열고 행사도 하는 방식이면 좋겠다. 또 노동, 권, 여성, 환경을 주제로 한 강좌도 꾸준히 열 것이다.

앞으로의 포부
지역 곳곳에 이런 공간이 생겼으면 한다. 그래서 우리 문화원에 와서 컨설팅도 받고, 부천을 너머 수원 안양 인천에도 이런 공동체가
생겨나고….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잘 싸우고 잘 떠들고, 또 열심히 살고. 앞으로도 잘 풀릴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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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정구의 명물 ‘담쟁이문화원’을 소개합니다!!|작성자 부천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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