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지역신문 만들기 2강 – 월간 토마토 이용원 편집실장

Jul 16


7월 15일 월요일에 진행한 협동조합 지역신문 만들기 2강의 주제는 “지역잡지, 사람과 공간, 문화를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수강생인 이성재씨가 강의를 듣고, 후기를 페이스북에 올리셨는데요.  같이 읽고 싶어서 공유합니다~



어느 사이에 강연을 듣고 요약하고 생각을 쓰는 일이 내 일이 된 것 같다. 집에 오자마자, 밤 세워 일한다는 마눌님 커피 타주고,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들어주고, 우리 딸 봄이와 잠깐 대화를 하다가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다리 주물러주고, 오디쥬스가 먹고 싶다고 해서 오디쥬스를 한 잔 타 주었다.

집에서 행복한 것은 각자가 욕망하는 것들을 기꺼이 이해하고 받아주는 때문이겠다. 욕망이라는 것이 서로 사랑하고 살자는 욕망이니까 안 받아줄 이유가 없겠다. 이러저러하다가 오늘 강의 내용에 대한 요약과 생각을 남겨본다. 남은 두 강좌 열심히 잘 듣고, 마지막 날 사람들과 거하게 한 잔 하면서 꿈을 나눠봤으면 좋겠다. 이 나이에도 대학 때처럼 일을 도모하고 꿈을 나누며 술 한 잔 할 수 있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토마토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조금은 헛갈리는 질문일 수 있다. 어른들이야 제법 살아봤으니 삶의 상식으로 당연히 채소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 토마토가 과일인지, 채소인지 엄밀히 구분해야 할 필요는 있을까? 때론 채소로, 때론 과일로 먹으면 된다. 그리고 포만감을 주는 식품이기 때문에 밥 대신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한 끼를 때울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토마토야말로 종합 콘텐츠다.



지역언론강좌 2강이 진행되는 담쟁이문화원 3층 시민교육원 입구에 ‘월간 토마토’가 놓여져 있다. ‘월간 토마토’는 유력한 지역 ‘문화예술잡지사’ 중 하나다.(전국의 대표적인 지역 ‘문화예술 잡지사’로는 광주의 ‘전라도 닷컴’, 부산의 ‘함께하는예술인’, 수원 ‘사이다’, 인천의 ‘옐로우’, 그리고 대전의 ‘월간 토마토’등이 있다.) 오늘 지역 언론에 대한 강의를 해 주실 강사분이 바로 대전의 ‘월간 토마토’의 편집실장이자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1인 사주 이용원 사장(?)이다. 그런데 강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일반적으로 ‘언론’을 생각하면 신문과 시사잡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지역 ‘문화예술 잡지사’는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언론’으로써 어떤 역할을 하는가? 강의가 시작되고 진행되면서 이러한 의문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럼 강의 속으로 들어가보자.



건강한 지역언론이 건강한 지역민심을 만든다.



누군가 무엇이 되는 것은 우연한 기회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작심하고 가시밭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계기’가 있게 마련이다. ‘월간 토마토’의 이용원 편집실장에게도 바로 ‘그 어떤 계기’가 있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던 이용원 실장은 1997년 ‘신문과 방송’이라는 잡지를 통해 옥천신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생전 겪어보지 못했던 사춘기를 겪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사춘기를 ‘지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기’로 정의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자율적 인간임을 깨닫고 행동하는 시기다. (이 자리를 빌어 사춘기 자녀를 두신 분께 말씀드린다. 사춘기 자녀의 교육법은 Let it Be!다.) 이용원 실장은 이 시기에 ‘사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언제 행복한가?’ 등을 고민하다가 ‘누군가와 함께 할 때 행복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99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옥천신문에 입사한다. 옥천은 정지용 시인의 생가가 있고, 대한민국에서 퍼스트레이디를 가장 오래한 육영수의 생가도 있다. 그리고 후대에게 참언론인으로 평가받는 송건호 선생의 생가도 있다.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 우리에게 옥천이 유명한 이유는 ‘옥천신문’이라는 걸출한 지역신문이 있기 때문이다. 옥천신문은 지역밀착형 신문이자, 지역민이 주인공이 되고, 구독자와 광고수주의 균형을 맞추며 운영되는 성공한 지역신문의 모범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옥천신문은 기존 언론의 서울 편향과 지역토호나 정치인과 유착한 사이비 언론의 행태를 고발하며 지역 언론이 가야할 길을 보여주었다. 옥천신문은 의원들의 해외연수 시 관공서로부터 취재지원을 받는 관행을 거부하고 자사부담으로 위원 해외연수 동행취재를 보냈으며, 해외연수 시에 일어난 의원들과 기자들의 부적절한 행동을 기사화하여 의원과 기자들의 행동 양식을 변화시켰다고 한다. 또한 백일장에서 수상한 수상자들 전원의 이름을 신문에 싣는 등 지역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기사로 다루면서 지역주민이 아끼는 지역 언론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용원 실장은 옥천신문에서의 기자생활을 통해, 우리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건강한 지역 언론이 건강한 지역민심을 만든다는 당연한 사실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옥천신문에서의 경험들이 ‘월간 토마토’를 창간한 이용원 실장에게 ‘그 어떤 계기’였을 것이다.



삶은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은 ‘삶’이다.



이용원 실장은 강연의 1부에서는 옥천신문 이야기를 통해 지역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리고 2부. 이제 ‘월간 토마토’ 이야기다. 옥천신문이라는 유력한 지역 언론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이용원 실장에게 충격을 준 것은 바로 2002년 월드컵이었다고 한다. 90년대 초반 시위 현장에서 사람이 모이는 것을 본 이후로 2002년 대전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물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수많이 사람들이 발산하는 ‘흥’이였다고 한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바로 ‘잡지’룰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이용원 실장은 자본금 10억의 대전일보 자매지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언론사가 망해, 임금까지 체불된 상태로 실업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용원 실장은 임금체불이라는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고 ‘이렇게 하면 망하는 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사업계획서를 쓰며 잡지사를 구상하기 시작했단다. 그리고 지인들을 만나 자신이 가진 포부와 꿈을 설파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은 월간 토마토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친구가 당시에 빌려준 돈과 몇몇 사람의 의지로 6평짜리 2층 건물에 잡지사를 차리게 되었다. 함께 뜻을 모은 사람들은 몇 가지 가치를 공유한 것 같다. 이용원 실장에 따르면, 잡지사를 만드는 일은 망할 것이 뻔한 ‘블랙 오션’에 뛰어드는 일이었다고 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이니까 오히려 우리가 한 번 해 보자라는 의지가 모아진 것이다. 둘째는 자기착취를 인정하는 것이다. 잡지사를 차리는 것은 ‘일’이 아니라 ‘욕망’이다. 그러니까 일 때문에 자기착취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잡지를 만들어보자는 ‘욕망’을 위해 자기착취를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해보고 싶은 일이었고, 아직까지 하고 싶은 일이니까. 이 부분의 강의를 듣다가 문득 지난 주 김주완국장의 강의가 생각났다. 김주완 기자는 ‘삶’을 다루는 기사를 쓰기 위해 사람을 찾았던 것 같다. 그리고 경남도민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용원 실장은 강의 내내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월간 토마토’를 함께 하는 사람들의 그 ‘욕망’은 사람이며, 사람을 욕망하기에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남도민일보에게 ‘삶이 사람’이라면 월간 토마토에게는 ‘사람은 삶’인 것이다. 이것이 ‘월간 토마토’가 진정한 지역 언론인 이유다.



토마토 공공성을 가진 공공의 욕망을 디자인하다!



옥천신문이라는 ‘그 어떤 계기’로 사람들의 삶을 담은 ‘월간 토마토’가 지역의 성공적인 문화예술잡지로 운영되고 있다. 6평짜리 2층 건물에서 시작한 이 잡지사는 이제 40평짜리 2층 사무실에서 잡지를 만들고, 1층에는 카페를 운영한다. 그리고 옥상에서는 문화예술 콘서트를 진행한다. 달랑 3명이었던 직원은 이제 14명이 되었다. 연간 매출도 6억 원이나 된다. 이용원 실장은 토마토라는 잡지가 가야할 방향은 ‘끊임없이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콘텐츠는 바로 공공성을 지닌, 공공디자인이라고 한다. 끊임없이 꿈과 비젼을 욕망하며 공공디자인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월간 토마토에게서 우리의 꿈과 비젼을 생각해 본다.

언론협동조합을 준비하는 담쟁이에는 1층에 식당이 있다. 2층에 카페도 있다. 그리고 문화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옥상도 있다. 이제 봉투에 명절 보너스 넣어줄 마음과 그 봉투에서 반을 꺼내 다른 봉투에 넣어 다시 돌려주는 마음만 공유하면 된다. 여기에도 사람이 있다. 이제 함께 협동조합으로 지역 언론을 욕망하자. 그랬으면 좋겠다.

 


다음 강의는 7월  22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이고요.

전 과천마을신문 제갈임주 기자가  “좌충우돌 마을신문의 성공과 실패”란 주제로 특강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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